이 영화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몹시 불편하다."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하고 찝찝하다.
영상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 자체는 매우 잘 만들어졌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가장 큰 원인이 종교라고 생각한다.
도입부부터 누가복음으로 시작해
영화 내내 기믹까지 동원해 여러 종교를 섞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성공적인 시도였으며
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화를 난잡하게 만든 요소이다.
이 영화는 현대적인 관점이나 종교적인 관점 하나만을 선택하고
관람하면 오히려 이해가 쉽다.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면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과거 일본의 식인 문화와 성 풍속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일본인 특유의 범죄성향을 가진 이방인을 잘 표현했다.
일광(황정민)은 사이비, 사기꾼, 공범 등의 포지션을 보여준다.
버섯에 의한 '환각'과 '좀비병' 만으로도 다른 거의 모든 개연성이 해결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특히나 스릴러가 들어간 오컬트 영화로서
그냥 보여주는 대로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된다.
다만 해석은 해당 종교나 자신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두 가지 관점을 뒤섞어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개연성을 위해 들어가야 할 장치들이 너무 많거나 빼고,
뒤로 돌려버려 이해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지나친 욕심이었다 평하고 싶다.
"이것도 필요해 저것도 필요해"라며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 강박과 뭐가 다른가 싶다.
결국 썩어버리거나 제때 찾지 못해 쓸모가 없어진다.
이 영화에서의 피곤함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한 줄기로 보았을 때 어떤 해석을 해도 앞뒤가 맞지 않아 말이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뭐 "오컬트라서 그런 거다"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다음으로 시기에 맞지 않는 유머 감각도 한몫했다 생각한다.
이 영화가 나올시기는 일명 pc(political correctness)라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사회적인 운동이 극에 다다른 시기였다.
나도 블랙코미디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 없는 그런 시기였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어 저러다 번개 맞겠네' 생각하다
진짜 번개가 내리쳐 맞고 몸 개그가 나와 "큭" 하고 웃는 순간
"사람이 번개에 맞았는데 웃어? 사이코패스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삽입된 블랙 유머 코드가 맞아 웃었다가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 공감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 등으로 몰리던 그런 시기였다.
웃긴 장면에서도 이마에 주름잡고 심각하게만 봐야 하는 그런 시기의 영화였던 것이다.
내가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일 수 없어야 했는가?
이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심기 불편하게 만든 요소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위에도 언급했듯이 너무 잡다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의 많은 것을 감추려 하다 보니 진짜 감춰져 버렸다.
메타포가 맥거핀이 되어버린 것이다.
복선은 종교적인 기믹이 되어버리고
할머니는 아무도 찾지 않는 맥거핀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의 예수를 모티브로 했다는 동굴의 악마 씬을 아예 빼버리고
할머니에 관한 장면을 넣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복선에 대한 회수가 너무나도 아쉽다 생각된다.
두어 번만이라도 오버랩 같은 형식으로나마 복선을 회수했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론을 내자면
이 영화는 "뭣이 중헌디?" 이 대사가 오메가이자 알파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갑론을박할 필요 없이
그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된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미끼를 물어 부렀어"가 되어 버린다.
여러 번 봐야 이해가 된다는 말은 그냥 구라다.
한번 보고 "잘 만들었네"라고 할지언정 두번 이상 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