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버스에서 비가 오는 날 버스에 올라 차창에 몸을 기대면 창문에 피어나는 김 서림 손가락을 대어 너의 이름을 써본다 서서히 흐려지는 이름에 입김을 불어 덧칠하지만 또다시 흐려지고 어느덧 사라지는 너의 이름 나의 망막에서도 서서히 흐려지고 어느덧 지워진 너의 이름 차창 밖의 빗소리는 어느덧 잦아들었는데 비는 그치지 않네 짧은글 2025.06.01
인연 인연이라는 게 그래 꽉 묶인 매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살짝만 당겨도 풀리는 매듭이었던 거고 묶은 적 없는데도 그저 스쳐만 지났는데도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서 풀리지 않기도 하고 가끔은 잘라내야만 하는 선도 존재하더라 인연이라는 게 그렇더라 짧은글 2025.05.17
비 내리던 날 비가 오던 날 나는 창문을 열어 세상에 뿌려지는 비를 바라보았죠 비 내음이 번져와 나의 코를 감싸고 비는 악기가 되어 수많은 음악을 만드네 어두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세상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네 비 내리던 날의 미술전 비 내리던 날의 음악회 짧은글 2025.05.16
가슴아 뛰지마 안녕 오늘도 이 길을 네가 보고파 걸어가 한 번도 말을 걸어 보지는 못했지만 야야야 가슴이 뛰네 야야야 가슴이 뛰어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지나치던 쇼윈도 속에는 누군가와 사랑의 눈빛을 나누는 네가 있어 야야야 가슴이 식네 야야야 가슴이 식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고 기네 짧은글 2025.05.03
어느 봄날 날이 따사로워 길을 나선다 개나리 노란빛 흐드러져 봄이구나 찬 바람 불어 겨울이 지나감을 아쉬워하고 갑자기 어둑해진 하늘은 촉촉한 봄비를 뿌리네 짧은글 2025.05.03
하루 눈을 뜨고 습관처럼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본다 십여 분이 지나고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본다 한 시간여가 지나고 배가 아파... 고파?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먹은 것이 언제지? 뭘 먹어야 하지? 뭘 해야 하지? 무엇이 필요하지?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생각의 꼬리들 문득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마우스를 딸깍거리다 보면 몇 시간이 지나있다 눈이 아프고 피곤하다 자야겠다 배는 여전히 고프다 못해 아프지만 짧은글 2025.04.18
만개화 가혹했던 겨울은 크나큰 상흔을 남기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을 만개한 꽃들이 맞아주건만 너는 어디에도 없네 상처 많은 나를 어루만져 줄 너는 어디에도 없네 아프다고 말을 해도 그것을 들어줄 너는 어디에도 없네 꽃밭에 누워있어도 봄날의 햇살이 어루만져 주어도 아프고 아픈 나는 아직 겨울인가 봐 짧은글 2025.04.06
비오는 날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가고 비바람 막아주던 유리창에 방울져 내린다 활짝 피었던 우산들이 하나둘 접혀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에 비가 내렸던 흔적을 남긴다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다시 하늘로 비는 순환하고 다시 내릴 것이다 하면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 흔적들은 어디에 있는가 가면 다시 오는가 짧은글 2025.04.05